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詩 - 칼 . 맑스 = 칼 . 마르크스 = 칼 . ' 막 '쓰
2015년 06월 04일 22시 16분  조회:5831  추천:0  작성자: 죽림
‘맑’스
- 원구식(1955~ )


‘맑’스는 맑음의 덩어리,

혹은 당원을 친 이념의 빵,

칼 막 쓰지 마라.

반박이 불가능한 이 빵에

입을 대는 순간

포도주보다 붉은 혁명의 밤이

촛불처럼 타오른다.

너 이념 장사꾼이지?

칼 막 쓰지 마라.

이 빵으로 인해 세상은

맑거나 맑지 아니하며

공평하거나 공평하지 아니하도다.

오, 내 몸에 흐르는

타락천사의 붉은 피,

너 칼 막 쓰지?

칼 . 마르크스라는 이의 이름을 갖고 말놀음을 하는 유쾌한 시다. 한때 마르크스를 음가(音價)에 따라 ‘맑스’라고 표기한 적도 있었다. ‘맑’스는 이념의 빵이다. 이 붉은 혁명의 전도사에 심취한 순진무구한 청년들이 그 이념의 빵을 깨물고 그를 사상과 이념의 은사로 섬기고 따랐다. 세상이 좀 더 공평해지고 정의로워지기를 열망한 까닭이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. 이 맑고 향기로운 이념을 추종하던 발랄하고 아름답던 청년들 중 일부는 이념 장사꾼으로 변질한다. 이 타락을 향해 시인이 직격(直擊)한다, 너 이념 장사꾼이지? 칼 막 쓰지 마라! <장석주·시인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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